한 10년도 더 된 이야기
그러니까 내가 아직 대학생때고 영화 <몽상가들>이 개봉한 후 몇 달 후 혹은 1년 뒤니까
2005~2006년 쯤이다.
당시 영화빠를 자처했던 나는 거장의 복귀작이라는 말만 듣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때를 놓쳐서 못 보고 지나갔다.
사진 전공이라 충무로 근처를 종종 오갔는데 지금도 있는 대한극장 펨창들도 알 것이다.
그 대한극장 맞은편에 지금은 사라진 극.동.극.장 이라는 극장이 있었다.
<모든 일은 이 안에서 벌어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괜히 우수에 잠긴 컨셉을 잡고 다니던 나는 충무로 바닥을 정처 없이 걷다가 이곳 극동극장 앞을 지나던 중
다른 영화관에서는 상영이 끝나버린 몽상가들 포스터가 극장 입구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 했다.
마침 시간도 남아돌고 왠지 허름한 이런 극장에서 보면 제맛이겠다 싶어 티켓을 끊고 상영관 입구 이층으로 올라 갔다.
10여년 전만해도 담배는 거진 아무대서나 피우는게 눈치 보이는 일은 아니었고
상영관 입구에는 커피 자판기도 하나 있어 기다리면서 담배 하나 태울 요량으로 믹스커피 한 잔을 뽑았는데
웃긴게 저어서 먹으라는 건지 커피 다 나오고 나니까 스틱이 하나 틱 떨어져 컵에 꽂히더라?
존나 신기해 하면서 담배 한 대 태우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는데
상영관은 아담하니 좌석은 100석 조금 넘을까, 스크린 좌우에는 커텐이 접혀 있고 그 앞에 스피커가 놓여져있는 그냥 완전 옛날 극장 그 자체였다.
스피커도 무대 모니터용으로 쓰는 웨지형이라 좀 이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도 여기 저기 흩어져서 아예 상영관 안에서 담배도 피우고. 지금은 꿈꿀수 없는 흡연가들 개꿀 극장이지.
드디어 영화가 시작했는데 임창정이 나오는거야.
뭐지..? 싶었는데 좀 지나니까 영화 제목이 나오는데
<찾아보지 마라. 창정이 형의 시나리오 픽, 말 안해도 알제?>
알고 봤더니 극동극장은 단관극장인데 영화 두 편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데 내가 헷갈린건지 영화 거는 인간이 헷갈린건지
몽상가들이 아니라 파송송 계란탁을 틀어주는겨
ㅈ됐다 싶은데 이거 중간에 나가면 다음 영화 다시 계산해야 되는지 존나 헷갈리고 돈 아깝고
그래서 그냥 버티고 재미 없는데 쭉 봤다.
지금 생각하면 졸라 한가한 인간이었구나 싶다.
드디어 몽상가들이 시작했는데
이때 부터였는지 이전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떤 아재 하나가 저쪽에서 부터 자리를 옮기며 슬금 슬금 내 쪽으로 다가 오더라고.
한 서너 자리 건너까지 와서야 느꼈는데 이 쉐리가 내 옆에 스윽 앉더니 허벅지에 손이 사악 들어오는데
히껍했지.
포텐 간 게이 썰 보고 나도 게이 만난 썰 풀어본다.
뭐지 싶었는데 그 때는 그게 신호인걸 몰랐지. 알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난 처음에 이게 도통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되서 순간 뇌정지가 오더라고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다가 생각 난게 내 우산을 집어가려다가 실수 한 줄 알았다.
암튼 졸라 띠꺼운 표정으로 내가 자리를 옮겼더니 더 안 쫓아오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영화 다 보고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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