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방에 사는 30대 중반 통통남이야 최근 일어난 내 인생 달달한 일을 이야기 해보려고 해 폰으로 쓰는거라 오타 나도 이해좀...
1년 전쯤인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아픈거야 원래는 병원가는 걸 귀찮아해서 잘 안가는데 코로나 때문에 혹시나 싶어 출근 전에 병원을 들리기로 했어. 검색해보니까 집 주변에 8시 반에 진료 시작하는 곳이 소아과 한 곳밖에 없어서 거기로 가게 됨 어쩌다보니 좀 일찍 도착해서 안을 들여다보니까 아직 문을 열기 전인 것 같아서 차에서 기다릴까 고민하는데 등 뒤에서 기분 좋은 냄새와 함께 "진료받으러 오셨어요?" 하는 목소리가 목 부분에 스침
고개를 돌리는 순간 30대 후반? 4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부드러운 인상의 아저씨가 내 어깨랑 목 옆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세콤을 해제시키더니 반대손으로 문을 열어줌 순간 아저씨 품에 안겨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와 이래서 덩치 큰 사람 만나는가 싶더라 나도 덩치가 작은 편이 아닌데 그 거대한 품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ㅎㅎ 아무튼 그렇게 홀린 듯 따라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으니까 간호사도 출근을 해서 접수를 했는데... 원래는 8시 반부터 진료 시작인 것 같았는데 의사가 환자분 들여보내라고 해서 좀 일찍 들어감
진료실에 들어가서 찬찬히 다시 보는데 피부는 하얗고 약간 두꺼운 뿔테 안경에 살짝 짧은 머리 순둥순둥한데 큰 눈매더라.. 키는 180? 정도에 몸무게는 95~100정도 나가보이는? 순간적으로 스캔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서 목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더니 가까이 다가와서 라이트 같은 걸로 목 안쪽 보는데 체취에 취한다고 해야하나? 사람 홀리는 건 한순간이더라.ㅋㅋ 앞으로 내 주치의는 저사람이다ㅋㅋㅋ 계산하면서 다짐하고 나왔는데... 망할 주치의가 명의인지 아플 일이 거의 없었음 ㅋㅋ
그러다 두세달 뒤쯤이낙 컨디션이 영 안좋은데 저녁에 술을 마시러 가야하는 일이 있었어(직업상..) 너무 힘들어서 링거라도 하나 맞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병원을 갔지 갔더니 의사가 바로 알아보는거야 엄청 환하게 웃으면서 또 오셨네요? 하는데 진짜 설렘 비타민 주사 처방받고 주사실? 같은데 가서 누워서 링거를 맞았어 내가 오전 마지막 진료였고 바로 한시간 반 정도 점심시간이라 간호사가 천천히 맞으시면 된다고 하고 불도 꺼주더라
그렇게 한참 누워서 잠이 올락 말락 하고 있는데 누가 들어오는 소리에 보니까 그 의사가 가운을 벗고 체크셔츠랑 면바지 차림으로 들어오는거야 불편하지는 않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너무 말을 섞어보고 싶어서
-선생님 인상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라고 했더니
-환자분도 엄청 인상이 좋고 어려보이시네요
이러는거야
그렇게 의사가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환담을 주고받는데 의사쌤이 갑자기 아 속도가 너무 빠른가 하면서 내 침대 위로 손을 뻗어서 내 왼팔쪽에 있는 링거 조절버튼(?)을 누르는데 침대를 짚은 오른손이 내 오른손하고 옆구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고 해야하나?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오른손으로 의사 팔목을 살짝 잡았는데 아무 반응없이 한참 버튼을 조절하다 다시 자리에 앉더라고 근데 오른손은 침대에 걸친 모양으로 그대로 뒀다고 해야하나 암튼 내 손이랑 살짝 크로스 된 채였는데 그대로 두더라 그 상태로 직장인인지, 무슨일 하는지 그렇게 호구조사 하다가 간호사들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서 불 켜고 진료실로 돌아가더라
집에와서 혼자 소설 한 편 쓰고 또 만날 기회를 엿보는데 몸이 생각보다 건강한지라 쉽지는 않았음.
그러던 중 의외의 곳에서 기회가 생김. 퇴근 길에 밥먹기가 애매해서 집앞 뚜레쥬르에 들렸는데 의사샘을 딱 만난거임. 서로 보자마자 어? 하더니 왜 밥 안먹고 빵 먹냐고 하더라 그래서 밥하기 귀찮다고 하면서 선생님은 왜 빵 드시냐고 했더니 자기는 그냥 빵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뱃살 가리키는데 너무 귀여워서 안을 뻔..
.아무튼 그런 토크로 이어지다보니 서로 혼자 산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되고 빵 계산하는데 서로 계산하겠다고 실랑이 좀 벌이다가(한국인 종특) 의사샘이 그럼 대신 이거 하면서 자기 슈크림 빵 내 빵접시 위에 올려주는데ㅋㅋ 순간 혼자 상상연애 다시 한 번ㅋㅋ 아무튼 그렇게 빵 사서 나오는데 자기 개원때문에 이 근처로 이사와서 밥 친구 없다면서 나중에 밥 한번 먹자고 하더라. 인사치레 같긴 한데 그래도 두근두근 하면서 헤어짐
그리고 또 한 두달 뒤에 비염이 좀 심해져서 병원에 가서 또 한참 이야기하고...
너네가 생각하는 그런 급진적인 진전은 없었어. 썰 보면 막 한 번에 눈이 맞아서 막 물고 빨고 한다는데... 반대로 누가 내 직장에서 그런 신호 보낸다고 해도 난 절대 티 안낼 것 같음. 먹고 사는 거 이상의 문제라... 암튼 병원에서 두어 번 더 보고 살짝 의도적으로 빵집에서 만나면서 몇 달의 시간이 흘렀어.
그러다 지지난주에 또 컨디션이 별로라 병원에 갔는데 처방 다 해주더니 갑자기 소아과 의사샘 톤으로
- (내이름)어린이 밥을 잘 먹고 잠 잘 자야 해요ㅋㅋㅋ
이러는거야 그래서 나도 순간적으로
- 말 나온김에 밥이나 먹죠?
했지. 약간 긴장하고 쳐다봤는데 너무 좋아하는 표정으로 ㅇㅋㅇㅋ 밥 먹어요 이러길래 내가 핸드폰 내밀었지ㅋㅋㅋ 번호 따고 신나서 집으로 가는데
-6시 OO 쭈꾸미 괜찮아요?
이렇게 문자가 오는거야. 쭈꾸미는 술이지ㅎㅎㅎ 그리고 그날 1년만에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됐어.
6시 되서 약속장소로 나갔는데 사복입고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더라 처음 병원 앞에서 만났을 때랑 링거 맞을때 느낌? 처럼 약간.. 만화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 같았어 쭈꾸미에 소맥 몇 잔 하고 밥도 볶아 먹는데 한국인의 디줘~트 하면서 밥 볶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음 나보다 4살 많은 형이었는데 의사일 때는 뭔가 점잖고 포근한 느낌이었으면 밥 먹을 때는 아이같은 모습도 보게 되는 것 같아서 더 좋더라
밥 먹고 술먹으면서 서로 아이좋아~ 이런 느낌으로 칭찬을 많이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잖아 의사 환자로 만났다가 형동생하면서 밥먹게 되는게...
그래서 형이 엄청 신기하다, 자기 환자랑 이러는 거 처음이다 동생이 인상이 좋아서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한테 동생은 뭐가 좋아서 자기랑 놀아주냐길래 툭 던지드시 말했지
-그러게요. 이상하게 형이랑 있으면 편하네요. 뭐.. 전 원래 통뚱식이라..
살짝 흐리면서 하긴 했는데.. 이쪽이 아니면 어차피 못 알아들을 말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지. 그랬더니 형이 마치 뒷말은 못 듣거나 이해 못한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ㅋㅋㅋ 아, 고마워. 나도 너랑 있으니까 엄청 편하다 동네친구 생긴 것 같고..
-아 정말요? 저희 자주 밥 먹어요 짠!짠ㅉ..
-..거기다 완식이라ㅎ
-...?!?!?!?!?
겹치는 오디오 속에 들린 '완식'이란 한 마디에 사고회로가 정지되고 형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데 형이 씨익 웃더니 반쯤 들린 채 멈춰있던 내 잔에 짠 하더니 원샷을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