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찜방 이야기

2023.04.26 10:27

(펌) 썰) 운명적인 만남1

  • 익명게시자 오래 전 2023.04.26 10:27 썰풀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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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을 풀기 전에 간단한 질문을 하고 시작할까 해.


 


너희들은 운명이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말하더라. 그저 '우연한' 사건으로 사람과 사람이 이어졌고, 이를 사람들이 '운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


뻔히들 말하는 지구의 수십억 인구 중 당신이 나를 만났다느니, 이런 게 아니라 우리 인생이 정말 지독하게도 꼬여있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 우리 인생을 조종하는 것 처럼 말이지.


 


지금의 나와 이를 만들기 위해 스쳐갔던 모든 것들은 복합적인 운명의 결과라고 생각해.


이에 포함되어 있는 악연도, 인연도 말이지.


 


인생의 한 조각을 되새겨보는거야.


다들 한번쯤은 이런 일을 겪어 봤을꺼야.


모든 일이 멋대로 망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 


그리고 그 큰 파도 속에서 손을 내민 누군가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도 작은 운명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진 않는 것 같아.


이 이야기는 지나간 나의 아팠던 파도와 그 험난한 파도에서 나를 꺼내준 한 남자의 이야기야.


 


어쩌면 내 인생의 단편을 시간이 날 때 잔잔하게 적어보려고 해. 분량은 좀 길것 같아서 몇편에 나눠서 적어야할 것 같아. 그럼 시작해볼게.


-------------------------------------------------------------------


#1 버티다


 


"야 현정이랑은 잘 사귀고 있냐?"


"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사실 나는 현정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과 특성상 여자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 연애를 못하면 '고자'라고 놀려대곤 했다. 나도 어느 순간 그 레이더에 포착이 되었는지, 친구들이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 여자가 이렇게 많은데 연애 안하고 뭐하냐? 너 게이냐?"


"뭔 소리야. 나 썸 타는 애 있어."


"누군데 봐바. 아 얘 누구였지 현정이었나?"


 


친구들이 나에게 이성문제와 관련해서 추궁하는 것이 싫었다.


특히 "너 게이야?"로 끝나는 저 문장은 내 심박수를 정상 수치 이상으로 높힐 뿐만 아니라 내 입술을 바싹 마르게 했다.


사실 이 상황 자체가 가장 싫은 주된 이유는 따로 있다. 첫 번 째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곧 나의 정체를 들켜버릴 것만 같았고, 마지막은 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그 친구'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워서였다.  


 


마침 현정이라는 과 동기가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생각했다.


어쩌면 이 방법으로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한 여름 비가 오는 어느 밤, 세명 정도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작은 벤치에서 그녀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현정이의 고백을 받았다.


 


덕분에 친구들의 레이더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이미 현정이와 사귀고 있는 시점에서 금방 헤어져 버리기라도 한다면, 소문이 날 것이 뻔할 뻔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위장법을 터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면을 만들기로 했다. 동시에 내 감정은 동요하지 않는 그런 가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그녀에게 "친밀감"이외에 감정은 느껴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만든 가면이 그녀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그녀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딱 이 정도로만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면. 친구들의 추궁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면 위로 비춰지는 나의 모습은 그녀에겐 행복이었겠지만, 나에겐 썼다 벗어야 하는 수고스러운 작업에 불과했다.


 


타는 태양을 등지고 먼저 걸어가던 그녀가 뒤돌아 나를 애뜻하게 바라보고 서 있는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추지면 옷 품에 얼굴을 파묻고 해맑게 웃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다시 가면을 쓴다.


그때 그녀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2 꿈틀거리다


 


"OO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월이 채 끝나고 첫 학기가 시작했다.


사전 OT때 만났던 친구들은 내가 소속될 수 있는 집단이 되어 주었고, 아주 적당하게 그 사이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동기들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다 앞의 무리가 우리에게 말을 건냈다.


 


"아~ 누군가 했는데 너희가 앞 분반 애들이구나! 다음에 같이 술이라도 먹자!"


 


그리고 그 뒤로 귀엽게 생긴 한 남학생이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너가 OOO구나. 잘 부탁해. 내 이름은 민석이야."


 


민석이는 니트위에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적당히 살집이 있어 보였다.


코트 안에는 사이즈가 딱 맞아 꽉 끼는 슬렉스를 입고 있었고 그 위로 보여지는 실루엣은 탄탄한 허벅지를 대놓고 보여주 듯 하고 있었다.


빽빽해보이는 눈썹 밑으로 민석이의 부리부리한 눈이 나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그래 다음에 같이 놀자."


 


눈을 피하듯 대답하고 말았다.


첫인상이 별로여서 상대하기 싫었던 것이 아니었다. 눈이 마주치고 짧은 대화를 하는 10초 남짓의 순간에 내 안의 무엇인가 계속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자를 보면서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뛰었던 적이 있었던가?"


 


다시 위를 보니 계단을 올라가는 민석이의 뒷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멍하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야 뭐하냐 빨리 밥먹으러 가자"


"어...어 그래야지"


 


이게 그 친구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로 내 눈에는 오직 민석이 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번이라도 더 그를 보기 위해 민석이가 가입해 있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민석이는 밴드 동아리에서 드럼을 담당했는데, 민석이가 치는 드럼 반주에 노래를 불렀다.


동아리 활동이 끝나면 같이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어떻게든 민석이와 엮이고 싶었고, 덕분에 민석이랑 나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서로의 아픈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고, 함께 울고 웃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한 학기가 끝나갈 때 쯤 대뜸 민석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정말 좋은 친구인 것 같아. 대학교에서 너를 만나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도."


 


뒤에 "난 사실 너를 좋아해."라는 말이 아른거렸지만, 침과 함께 꾹 눌러 삼켰다.


민석이는 나를 정말 좋은 친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속마음은 하나도 모르면서......,


 


바보같이 민석이의 방금 말한 그 말이 내 귀에 맴돌면서 내 심장을 더 뛰게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민석이의 손을 잡고 말았다.


흥분되거나 그러지 않았다.


단순하기 짝이 없게도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그 손이 작지만 투박하고 따듯하다고 생각했다.


 


민석이는 나를 보고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바로 알게되었다.


그리고 잡고 있던 손을 재빠르게 뿌리치고 "미안해."라는 말과 함께 앞장서서 걸어갔다.


 


"최대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는거야."


"그러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


"이 병신같은 놈" 


 


민석이가 빠른 걸음으로 내 뒤를 쫓기 시작했다.


민석이가 굉장히 화가 났을 것이다.


나를 게이라고 1%라고 오해할 수 있는 사건을 스스로 만들어 버렸으니. 욕을 먹어도 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민석이의 얼굴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해맑게 웃고 있었다.


 


축 처진 내 손을 다시 잡아주었다. 


 


그리고 이번엔 민석이가 앞장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늘 따라 매일 걷는 이 길거리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다음 화는 빠른 시일 내에 써볼게 ㅎㅎㅎ 지금부터 이야기의 시작이라.. 이번 화는 좀 지루할 수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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