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엄청 큰 훈련에 참여하게 됐어. 한달동안 영외 훈련장에서 지내면서 훈련준비와 훈련을 모조리 하는.. 엄청 빡센 훈련이었지. 근데 나랑 형이랑 같은 텐트를 쓰게 된거야. 분대장 - 부분대장이라서 붙여놓은 것 같더라고. 2인용 텐트였는데 둘이 누워있으면 몸이 안 닿을수가 없는 그런 넓이라 진짜 꼭 붙어서 지냈어.
너무 좋았어. 형 냄새가 좋았거든. 짙은 남자냄새? 불쾌하지 않은 땀냄새 같은거.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 훈련지역이라 인공적인 불빛이 아예 없어서, 해가 지면 할 수 있는게 없고 바로 텐트로 들어가야했어. 한 8시?
이야기를 할때마다 너무 즐거웠어. 어떻게 이렇게 말이 잘 통하나 싶었고, 나눴던 수많은 이야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거야. 앞으로 이렇게 순수한 대화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내 인생에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그러다가, 형이 그러더라
할 말이 있대
진짜 중요한거고, 말 많이 안해봤는데 너한테는 말해도 될 것 같다고 그러더라. 뭔가 느낌이 왔어. 어차피 난 어플에서 형을 봤으니까. 이거 뭔가 커밍아웃 각 잡는거다 싶더라고.
역시나,
나 남자 좋아해.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더라. 지진한 자기혐오, 불알친구한테 커밍아웃 했다가 손절당한 경험, 부모님께는 영원히 말 못할 것 같고.. 부대는 더더욱 조심했어야 했는데 너한텐 뭔가 말해도 될 것 같다고.
난 어플에서 형이 나를 봐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어. 그냥 이 사람이 날 정말 믿어주는구나 싶었음.
그리고 별거 없었어. 나도 말할까 했는데 어쩌다 타이밍 놓쳐서 전역할때까지 말 못하다가 전역하고 한번 만나서 술김에 말했지. 사실 나도 이쪽이라고.
형을 엄청 좋아한다고도 말해버렸어. 형은 나한테 그런 감정이 없대. 자기는 아버지 같은 스타일 좋아한다고. 난 너무 등치 큰 애기 같다나. 그래도 뭔가 차인 느낌보다. 시원한 기분. ㅋㅋ 아직도 종종 연락하면서 지내. 코로나 끝나면 놀러오라는데, 언제 끝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