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찜방 이야기

2023.04.29 11:40

(펌) 썰) 운명적인 만남4

  • 익명게시자 오래 전 2023.04.29 11:40 썰풀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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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무뎌지다


 


"하..."


"존나 춥네."


 


2학년이 끝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민석이가 수정이를 좋아한다고 말한 이후에 민석이에 대한 나의 집착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민석이와 나는 하지 않던 다툼을 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 사이 나와 민석이 관계에 없었던 선이 미세하게 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떠나고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야 


그 선이 민석이라는 큰 존재에 가려져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민석이가 내 손을 잡아주는 일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아쉽다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 관계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그 손을 마주 잡고 있었던 그 많은 날들을 상상할 때가 있다.


민석이를 머리에서 지우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민석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좌절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점점 이 혼자만의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느날, 내 앞으로 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육군 장병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귀하는 0000년 00월 00일 00시까지 ~"


"하..."


 


어머니는 입영통지서와 나를 덩달아 보시곤 조용히 눈물을 훔치셨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군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아니였다.


어쩌면 나의 실수로 인해 멀어져버린 그 관계를 입대 하기 전인 지금이 아니면 회복할 수 없겠다라는 강박이 겉 돌았기 때문이다.


울고 있는 어머니를 보자 그 동안의 감정이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했다.


이내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어린 아이라도 된 것 마냥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민석이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해야만 했다.


 


#7결심하다


 


"야 할거 없으면 일로와 오랜만에 다 같이 술이나 먹자."


"좀 있다가 갈게. 먹고 있어"


 


휴대폰 기상 예보와는 다르게 하늘에 회색 구름이 자욱하다


다 같이 술을 먹자는 말에, 혹시나 민석이가 그 자리에 있을까봐 걱정이 앞 섰던건 왜 일까.


만나서 어색할 사이일 빠엔 차라리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아직 사과의 말을 준비하지 못해서인지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되면서 술집으로 향하는 내 발에 무게감을 더했다.


 


술집에 도착하니 민석이는 자리에 없었다. 


태준이 말로는 다른 사정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못 오게 돼서 미안하다며, 돈을 보내왔다고 했다.


그 다른 사정이 마치 "나 때문에"로 들려 몸 한 구석을 찔러왔다.


자주 와서 적응할 법도한 술집의 파란 조명이 오늘따라 더 눈에 거슬린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인 탓에 이야깃거리는 충분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했다더라.


누가 게임을 그렇게 잘 한다고 그랬는데 알고보니 형편없더라.


우리 과에 누가 사실은 이랬더라 라는 등 


 


남자 대학생이 모이면 평범하게 하는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빈 술병이 한 켠에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헤롱거리던 친구 한 놈이 술을 먹다 말고 운을 땠다.


 


"야 지금 너랑 현정이랑은 어떻게 사귀게 된거야?"


"그냥 서로 좋아서 사귀는거지 뭐"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질문이다.


대답과는 다르게 미간을 약간 찌뿌렸다. 


 


"그나저나 요즘 민석이랑 연락 안하냐?" 


"아. 그러게...민석이는 잘 지내고 있지?"


"예전에는 그렇게 찰싹 붙어다니더만, 다른 사람이 보면 진짜 커플인줄 오해할 정도였다니까?"


 


나랑 민석이가 그 정도였나.


 


"아 그래?"


"우리들이 낄 틈이 없이 둘이 친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떨어져 있으니까.


음 뭐랄까. 좀 적응이 안되는 것 같아. 근데 정말 웃긴게 뭔 줄 알아? 민석이 걔도 우리 만나면 꼭 네 안부 묻고 네 이야기만 한다니까?"


 


"?"


 


"아무튼 다시 연락해봐. 둘이 싸웠는지 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둘이 잘 지낼때가 보기 좋았던 것 같어. 사실 민석이가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너랑 화해하고 싶다고 그랬었어"


 


"정말???"


 


민석이는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나를 비난하고 증오할 줄 알았지만,


우리의 추억을 사랑하고 되새기고 있었다.


나는 머리속에서 민석이를 지우기 위해 모든 집착과 사랑에서 스스로 해방되려 했지만,


결국 정당화 했던 모든 것들은 발버둥에 불과했다. 


민석이와 나의 관계를 처음 우리가 만났던 그 때로 되돌릴 수 있을까?


사랑했던 민석이와 내가 아닌, 친구인 민석이와 나로써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모든 진심을 너에게 말해야만 했다.


 


"애들아 나 먼저 들어가볼게. 급하게 볼 일이 있어서."


"벌써 가는거야? 조심히 들어가라~"

"재밌게 놀아!"


 


앉아있을 때는 몰랐는데, 술을 적지않게 먹었나보다.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걸어가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봤다.


굵은 빗줄기가 검게 물든 하늘 위에서 아래로 쏟아내고 있었다.


 


"하... 비는 안온다고 그랬는데"


 


심지어 우산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이 비에 무언가가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차갑게 느껴져야 할 비가 포근하게 머리를 덮는다.


차라리 집으로 가는 지금.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8비워내다


 


이미 머리와 옷은 다 젖은 상태였지만,


큰 비만 피할 수 있는 주차장 턱에 앉아 민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신호연결음을 들으니 예전에 민석이와 했던 놀이가 생각났다.


신호음이 몇번 울릴 때 전화를 받을지 맞추는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유치한 장난 말이다.


우리는 그 유치한 놀이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곤 했다.


 


"여보세요?"


"나야"


 


민석이는 신호연결음이 세번 울리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뭐야 OO이야? 잘 지내고 있는거지? 지금 애들이랑 술 먹고 있어?"


 


민석이는 갑자기 걸려온 내 전화에 당황이라도 한 듯, 말이 뒤죽박죽이었다.


 


"너야말로 잘 지냈어?"


"잘 지냈지. 너는?"


"잘 지냈던 것 같아."


 


더 이상 말을 끌고 싶지 않았다. 서로 안부만 묻는 그런 형식적인 대화는 이쯤 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미안해"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왜인지 저 말이 목구멍에서 입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이내 민석이가 먼저 말을 땠다.


 


"OO아 내가 미안해."


"어?"


 


민석이는 나에게 미안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의 우리 관계는 내가 강요했던 감정노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떨리는 입술은 고려도 안한 채 두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를 비워내고 있었다.


 


"민석아 너가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 다 내가 잘못한거야. 사실 나 너한테 정말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어?"


"사실 너한테 숨겼던게 있는데, 네가 이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일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말하는게 지금 너무 겁나"


"..."


"..."


"말해줄 수 있어?"


 


빗줄기는 굵어지더니 이내 내가 앉아 있는 곳 까지 물이 튀기 시작했다. 


신발에 튀고 있는 빗물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을 정리하는 동안,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탓에 술 기운이 더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네가 나의 손을 잡아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을 이제서야 너에게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른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나 사실, 너를 정말 좋아했어. 친구로써 말고."


 


 


 


 


 


 


 


 


드디어 말했다.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참.


저 말과 함께 나를 짓눌렀던 응어리를 토해낼 수 있었다. 


 


"어? 그게 무슨소리야?"


"말 그대로야. 널 좋아했었다고 지금까지"


"..."


"나한테 실망했지?..."


 


 


"아...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그게 무슨 소리야?"


 


"솔직히 말하면 너랑 같이 그렇게 지냈을 때, 사실 내 정체성도 흔들렸었어. 마치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고, 아무튼 그런 감정이 생겼었어."


"..."


"..."


 


"그런데?"


 


"그런데 수정이를 보니까 또 그런 감정이 아니었더라. 그래도 너랑 있던 그 순간이 행복했던건 사실이야. 단순한 감정 때문에 한 행동이 아니였어."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마지막에는 그렇게 됐지만 그 전에는 너가 정말 좋았어"


 


"이제 우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예전처럼 다시 웃으면서 지낼 수 있을까?"


 


사실 내 진실을 말하면서 그 말에 민석이가 나를 떠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담았었다.


민석이가 지금 이 순간 이후로 나랑 멀어진다고 한들 묵묵히 받아들이자고,


항상 그랬 듯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할 테니까,


천천히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난 그래도 친구로써 너 포기 못해."


 


 


 


 


역시 민석이는 나를 정말 좋은 친구로 생각했던 걸까?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안불편해?"


"괜찮아. 오히려 말해줘서 얼마나 고마운데"


"..."


"걱정하지마. 이 바보야"


 


그 뒤로는 술 기운 탓에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주차장이 떠나가라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이내 전화기 넘어 민석이의 울음소리도 들리기 시작하더니,


서로 하염없이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많이도 운 것 같은데, 아직 서로 토해낼 감정이 많이 남아 있나보다.


너와 함께 잤던 그 날 밤의 감정이 비에 씻겨 내려가고 있다.


떨어지는 눈물이 고여있는 웅덩이에 파문을 일으킨다.


 


"민석아 널 정말 사랑했었어.


정말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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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마지막 화를 앞두고 있네요! 마지막까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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