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즐겁고 알찬 하루 보냈으면 좋겠어!
이야기는 정말 지금부터라고 생각해.
재밌게 읽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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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무너지다
"야 나 할말 있어."
밥을 먹다 말고 민석이가 운을 땠다.
단 여섯 글자로 구성 된 문장이었지만,
그 순간 내 머리속에선 수십 수백가지의 '만약에'를 포함한 민석이의 다음 말을 상상하게 됐다.
손이 차가워지더니 땀이 고이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말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하는거야."
사실 차라리 지금 시간이 멈춰서, 내가 상상한 수십 수백가지의 그 다음말을 듣지 못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의외의 말을 민석이가 꺼냈을 때의 그 짧은 당혹감을 또 한번 느끼기 싫었고,
반대로 그 말들중에는 내가 원치 않는 최악의 말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무시라도 하 듯, 초침은 분침을 따라잡으려 힘껏 달려가고 있었다.
"뭔데?"
"음 아니다!"
"아 뭔데, 말 해봐~"
한번 내 빼는 민석이의 모습은 언제 걱정이라도 했냐는 듯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대답을 기다리는 그 순간에도 '혹시'라는 기대는 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민석이가 수줍은 얼굴로 내가 원하는 말을 해줬을 때의 그 상황을 상상하면 혹시나 얼굴에서 다 티가 날까봐 입을 오무리고 이를 꽉 물어야 했다.
"난 너를 좋아해"
아니 "좋아" 두 글자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침착함을 들이쉬고, 두 손에 가볍에 깍지를 꼈다.
그 뒤로 추궁하는 나를 곁으로 민석이는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한숨을 푹푹 내 쉬더니, 이내 입에 있던 밥을 넘기고 나에게 말을 건냈다.
"나 아무래도 수정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영원할 줄 알았던 꿈을 누군가 흔들어 깨웠다.
"아.."
불행은 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나 빨리 찾아온 듯 싶었다.
"진짜?"
힘든 일은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말해줬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행복 또한 아주 쉽게 끝날 수 있음은 알 수 없었다.
마치 불이 꺼지기 바로 직전까지 그 깊은 공허가 찾아올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듯이 말이다.
내 마음에 타던 작은 불이 "후"
끝이 났다.
불이 꺼지고 나서야 민석이라는 행복에 너무 취해 있었던 나를, 그 공허함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야 정말 잘 됐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우리가 손을 잡고 걸어가던 그 때로 되돌리고 싶었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 때 그 투박한 손을 그렇게나 힘껏 잡을 이유도 없었을텐데.
"사실 가장 먼저 너한테 말한거야. 아직 다른 애들한테는 말 할 생각도 없어"
"잘 됐으면 좋겠다. 민석아."
"나도 그러면 좋겠다."
나는 민석이를 축하해야만 했다.
민석이는 행복한 일이 생기면 부모님 보다도 나에게 먼저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난 마치 그 일이 내 일인 것 처럼 진심으로 축하해주었고 그 과정에서 혼자만의 사랑을 키웠다.
민석이는 역시 나를 정말 "친한 친구"로만 생각했던걸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사실 민석이가 다시 손을 잡아준 그 이후에 우리 사이에 달라진 점은 없었다.
그 날 민석이는 그저 내 손을 잡고 앞 뒤로 흔들면서 앞으로 걸어갔을 뿐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내 진심을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든 매 초마다 입에서 간질거렸다.
차라리 그 때 내 진심을 말했더라면,
"아. 역시, 시간이 멈췄더라면 좋았을텐데."
#5단단해지다
"오늘 같이 밥 먹자"
"수정이가 있는데, 왜 나랑 밥 먹으려고 그래. 둘이 먹어."
"알겠어. 너도 밥 챙겨먹고."
어느 순간, 내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민석이와 수정이의 사이를 질투하기 시작했고, 민석이의 모든 말에 신경이 곤두서는 나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충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정이의 이야기를 할 때면, 일부로 다른 주제를 꺼내 민석이의 이야기를 막아섰다.
아침에 보낸 문자에 1이 사라지지 않으면, 신경질이 났다.
먼저 잔다던 민석이의 페이스북이 "온라인"으로 표시되어 있으면, 마치 내가 연인이라도 된 것 마냥 짜증을 냈다.
"나한테 요즘 왤캐 참견해? 너 원래 안 그랬잖아."
민석이도 이런 나에게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이런 유사 애인같은 관계가 일방적으로 지속되자
나를 귀찮게 생각했는지,
매일 놀러 갔던 집에 나를 초대하는 일도 적어졌다.
민석이에게 수정이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 말은 진심이었다.
누구보다 민석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보다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한 민석이의 행복에는 비로소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이기적이게도, 민석이가 나를 제외한 다른 누군가와 행복해 하는 모습은 결코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민석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지만,
결국 나의 행복은 그 큰 행복속의 교집합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니 저 말들이 후회로 다가왔다.
"둘이 잘 안됐으면 좋겠어."
"수정이란 애는 뭐지?"
시간이 지나니 후회가 분노로 바뀌었다.
"내가 확 뺏어버릴까."
시간이 지나니 분노가 단단해졌다.
"민석이는 나한테 왜 그랬던거지?"
"팔배게는 왜 해줬는데."
"..."
그 분노는 끝내 복수라는 생각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뒤 늦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는 복수가 아닌, 상처 받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감추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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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현정이라는 아이한테 어느날 문자가 왔다.
"안녕! 혹시 너가 OOO이니? 저번에 공연하는거 잘 봤어. 노래 정말 잘 하더라. 시간 되면 나랑도 같이 놀자! 내가 밥 살게"
"아 네가 현정이구나! 공연 잘 봐줘서 고마워 ㅎㅎㅎ 내일 5시쯤에 시간 돼? 같이 밥 먹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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