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학창 시절의 일이기 때문에 약간의 각색까지 들어갔다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차 주차장에 있어. 멀어서 차 타고 가야 해."
"네네. 좋아요!"
학교에 나와서 선생님 뒤를 쫓아갔어. 치킨집이라고 해봤자,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만, 치킨집이 학교 근처에는 없었어서 내심 선생님과 차를 같이 타는 게 더 기대됐어.
"차 더러운데 그냥 앞에 타."
"네"
차를 열고 들어갔을 때, 차에서는 차 방향제와 담배 냄새가 섞여 났어. 차 뒷자석에는 널브러진 바람막이, 신발 같은 게 있었고, 바닥 매트엔 신발 자국도 몇 개 보여서 차가 정말로 깔끔하지는 않았어. 그래도 선생님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차를 함께 탄다는 게 정말 설렜어. 드라이브 데이트하는 것 같잖아.
차를 타고 10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내가 말주변이 별로 없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생님이랑 차를 같이 탔다는 생각에 긴장되기도 해서 그 시간동안은 별 말 못했어. 그래도 선생님이 두터운 팔뚝으로 핸들을 잡고 묵묵히 운전하시는 옆모습이 굉장히 멋있었다는 건 확실히 기억나. 밤이라서 그런지 신호를 잘 안지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에이 씨발." 하시면서 중얼 거리시는데 그게 섹시해보이셨어. 그래서 내가 계속 쳐다보니 선생님이 시선을 느끼셨는지 내 쪽을 보셨어.
"왜, 뭐 묻었냐?"
"아 ㅎㅎ. 신기해서.."
"운전하는 게 뭐가 신기해 ㅋㅋ 닳겠다, 앞에 봐 임마."
너무 쳐다봐서 눈치 보이기도 했어서 고개를 앞으로 하고 흘깃흘깃 쳐다보기만 했어. 그렇게 차를 타고 치킨집에 도착했어. 치킨집에 들어가니까 평일 밤이고 동네 치킨집이었어서 사람이 많지 않았어. 대충 자리에 앉고는 메뉴를 슥 봤어.
"암거나 상관없지? 여기 후라이드하고 닭똥집이 맛있어."
"네 다 좋아요! 선생님이 사주시는 건데요."
"그래"
"이모 여기 후라이드 한 마리하고 닭똥집"
"네~"
"맛있게 튀겨줘."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선생님하고 어색한 기류가 흘렀어. 당시에는 핸드폰도 그렇게 잘 안 되어 있어서 따로 할 것도 없었고, 말을 붙이자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서로 수저를 만지거나 두리번 거리고 있었어. 그때 선생님이 먼저 입을 여셨어.
"요즘 학교에서 짱이다 뭐다 말 많은데, 혹시나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라. 애새기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데 왤캐 말을 안 듣는 건지."
하고서는 선생님이 표정을 찡그리시면서 주먹을 쥐시는데 좀 귀여우시더라고. 근데 대화 분위기가 학교 상담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굉장히 아쉬워하던 찰나에 치킨이 나와서 치킨을 먹기 시작했어. 먹는 와중에 입이 심심하셨는지 선생님이 물어보시더라고.
"ㅇㅇ아 술은 하냐?"
"엄... 저 학생인데 당연히 안 마시죠 ㅋㅋ"
"고등학생이면 좀 마실 줄도 알아야지."
"아, 그런가요?"
"선생님이랑 한 잔 할까?"
"좋아요!"
"이모 여기 생맥 2잔이요."
지금 생각해보면 교복 입고 있었는데 동네 장사여서 딱히 신경쓰지 않으시는 것 같더라고. 암튼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나이스라고 생각했지. 둘이 치킨을 먹는 것도 모자라서 술까지? 한편으로는 처음 마셔보는 술이라 긴장도 됐어. 술에 너무 취하면 어떡하지, 반대로 술에 취하신 모습은 어떨까, 술 마시고 격해진 선생님의 모습이나, 정말 곰처럼 순둥순둥해지는 모습, 아니면 야한 모습? 이런 이상한 상상도 했지.
"여기 생맥주요."
그렇게 술이 나오고 술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뀐 듯한 느낌을 받았어. 선생님이 굉장히 신나하시더라고. 치킨을 한 점 드시고 맥주를 벌컥 드시더니 나를 보시면서 호탕하게 웃으셨어. 크게 웃으실 때 눈매가 날카로우셔서 눈이 감겨지는 눈웃음이셨는데, 정말 눈이 ^^ 이렇게 되니까 그 모습도 귀여우시더라.
"캬~ 제자랑 치킨에 맥주, 맛있네."
"다행이에요."
난 탄산에 맛도 써서 무슨 맛인지도 몰랐는데 선생님의 눈웃음에 그냥 맛있게 느껴졌어. 선생님은 맥주를 빨리 드셔서 계속 시켜서 드시더라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올랐어. 거기에 나도 박자를 맞추려고 아무말 대잔치를 했는데, 그 중 기억에 남았던 건.
"선생님 운동하시는 거죠?"
"나 대학교 때부터 유도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도 조금씩 해."
"아, 어쩐지 몸이 되게 좋으시더라구요."
"새기, 여태까지 선생님 몸 보고 있었냐? 음흉하네."
"아뇨아뇨, 절대로 그렇게 본 건 아닌데.."
"농담이야 임마. 근데 너는 좀 운동해야겠다."
내가 군대에서 키가 커서,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키가 160 후반대고 살집이 좀 있었거든.
"이렇게 작고 부드러우면 여자친구 안 생긴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몸이 굳어 차마 대답을 못했어. 저렇게 말씀하시면서 선생님의 크고 거친 손은 테이블에 올려진 내 팔을 살짝 주무르셨거든. 그 굳은살이 팔에 닿았을 때의 감촉이 어찌나 강렬한지 심장이 쾅쾅 뛰고 아래가 부풀었어. 술이 있어서 핑계라도 댈 수 있지, 얼굴도 엄청 빨개졌던 것 같아. 선생님이 손을 떼시고도 살짝 벙쪄있었는데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어.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궁금했던 질문을 해버렸어.
"앜ㅋ 괜찮아요, 선생님. 아직 연애 생각도 없어요."
"그래 뭐 네가 괜찮다면."
"그럼 선생님은 멋있으시니까 벌써 결혼하셨겠네요?"
이 질문을 듣고 크게 웃으신 뒤에 선생님은 나를 쳐다봤어.
"결혼했을 것 같냐?"
"네?"
"그렇게 보이냐고."
웃으면서 질문하셨지만, 아차 싶었지. 되물어보시니까. 그래서 허둥지둥 말을 늘어놨어.
"아.. 선생님 몸도 좋으시고 든든하고 멋있으시잖아요. 친절하시고. 그래서 그랬을 것 같았어요.."
"ㅋㅋ 고맙다. 근데 아직 안 했는데?"
"아.."
차마 대답을 잇지는 못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셨어. 선생님도 그냥 웃어 넘기시기도 했고 무엇보다 유부남은 아니라고 하시니까 왠지 기회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이렇게 약간의 헤프닝이 있고 치킨도 다 먹어서 일어났어.
"거, 선생님은 술도 마셨고, 집 가까우니까 걸어갈 건데, 너는?"
"아 저도 가까워서 걸어가려구요."
"어 그래 잘 가고."
"네."
방향은 반대여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가시려던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고서는 그냥 이렇게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팔을 뻗어 선생님의 손목을 잡았어.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선생님이 뒤를 도셨어.
"선생님."
"어, 왜"
"오늘 선생님이랑 너무 좋았어요. 좋은 시간 감사해요! 저 수학 100점 맞으면 또 사주시는 거에요?"
"..."
선생님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얘기했는데. 아무 대답이 없으셔서 살짝 고개를 올려 선생님의 얼굴을 봤어. 선생님이 씨익 웃고 계시더라고. 선생님이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고는
"짜식 귀엽네. 그래, 또 먹자."
"그럼 잘 가라."
"네! 조심히 가세요!"
이렇게 나름 별 거 없었던 선생님과의 특별했던 일탈이 시작되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나를 대해주시는 게 좀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
어쩌다보니 이렇게 또 마무리하게 됐네요. 학창 시절의 긴 추억이라 꽤 쓸 말도 많기도 하고, 너무 좋았어서 빨리는 못 써도 계속 써보겠읍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